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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최가온 금메달 척추 수술 그리고 아빠

뚜샘 2026. 2. 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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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 최가온 · 밀라노 2026
넘어져도, 또 날았다
한국 설상의 역사가 되다

1차 시기 머리 추락, 2차 시기 실패, 3차 시기 금메달. 17세 최가온이 한국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따기까지 — 척추 수술, X게임 최연소 우승, 그리고 아빠의 새벽 소고기까지.

금메달 밀라노 올림픽
한국 첫 설상 금
90.25 결선 3차 최고점
결선 12명 중 유일
17세 역대 최연소
올림픽 우승
3회 올림픽 전
월드컵 연속 우승
밀라노-코르티나 2026 ·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 한국 설상 사상 최초 금메달
 
 

2026년 2월 13일 새벽,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 눈앞이 안 보일 만큼 폭설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1차 시기에서 파이프 끝에 보드가 걸려 머리 쪽으로 추락했고, 2차 시기에서도 완주에 실패했다. 전광판에는 '출전 포기' 표시가 떴다 지워졌다. 코치진은 기권을 권유했고, 17세 소녀의 다리는 절뚝였다. 그러나 최가온은 3차 시기 출발대에 섰다. 7살부터 꿈에 그리던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90.25점. 결선 12명 중 유일한 90점대. 한국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78년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이 나왔다.

90.25 결선 3차 최종점 (1위)
82.25 예선 6위 통과
14세 3개월 X게임 최연소 우승
17세 3개월 올림픽 최연소 금 (신기록)
1차, 2차, 그리고 3차 — 극적인 역전의 구조

하프파이프는 보드 하나에 몸을 의지해 7m 높이의 반원통형 파이프 벽을 타고 올라 공중에서 3~4바퀴를 회전하는 종목이다. 가장 화려하지만, 그만큼 추락했을 때의 충격이 가장 심각한 종목이기도 하다. 최가온의 결선 1차 시기는 그 위험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캡 1080(세 바퀴)를 시도하다가 파이프 끝에 보드가 걸렸고, 머리 쪽으로 강하게 추락했다. 구급 요원들이 파이프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경기가 멈췄다.

다행히 최가온은 스스로 일어섰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2차 시기를 앞두고 스위치 백 뮤트 900(두 바퀴 반)을 시도했지만 착지에서 무너졌다. 기권 고려가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1차 시기 이후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여기서 그만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코치진도 설득에 나섰다. 허리 수술 전력이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가온은 3차 시기 출발대에 올랐다.

1, 2차 시기서 모두 넘어졌어요. 몸도 많이 아팠지만, 3차 시기엔 긴장하지 않았어요. 계속 시합과 연기만 생각했어요. 무조건 연기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승부욕이 두려움을 이기는 것 같아요.

— 최가온, 밀라노 올림픽 결선 직후 인터뷰

3차 시기에서 최가온은 전략을 바꿨다. 1080도(세 바퀴) 고난도 기술 대신 스위치 백 900(두 바퀴 반), 캡 720(두 바퀴), 프런트 사이드 900, 백사이드 900, 프런트 사이드 720의 조합으로 승부했다. 난이도보다 완성도와 높이로 점수를 뽑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90.25점. 2차 시기까지 1위를 달리던 클로이 김의 88.00점을 넘어섰다. 클로이 김은 3차 시기에서 착지에 실패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최가온이 1위로 확정되는 순간, 그는 눈물을 터트리며 "엄마!"를 외쳤다.

에피소드 1 · 아빠의 새벽 소고기

국제대회마다 따라다닌 아버지의 "무조건 아침에 소고기"

최가온의 아버지 최인영 씨는 딸의 모든 원정에 동행하는 전담 요리사다. 다른 선수들이 시리얼과 빵으로 아침을 때울 때, 최가온은 매일 아침 소고기를 먹고 훈련장에 간다. "아빠가 요리를 잘해서 외국에 나가면 한식을 매일 먹을 수 있어요. 아빠는 '아침에 무조건 고기 먹어야 된다, 소고기를 무조건 먹어야 힘이 난다'며 새벽부터 일어나서 요리를 해요." 밀라노 금메달 시상식이 끝나고, 최가온은 그 아버지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올림픽을 앞두고 아빠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러고 있니? 열심히 해야지!'라며 잔소리 겸 농담을 자주 했어요."

에피소드 2 · 꿈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팬이 스노보드 챔피언이 된 사연

최가온의 원래 꿈은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 "김연아 선수가 너무 인기였고, 동작이 너무 예뻐 보여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스노보드에 발을 들이면서 완전히 빠져들었다. 어릴 때 최가온을 가르쳤던 코치는 재능을 알아보고 "스노보드의 김연아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10년 후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심지어 올림픽을 앞두고 멘털 관리에 흔들릴 때도 김연아의 릴스 영상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김연아 님이 '올림픽 사실 뭐 별거 아니다'라고 하는 얘기를 듣고 마인드가 바뀐 것 같아요. '올림픽도 다른 시합이랑 똑같다고 생각하자'고요."

척추가 부러졌다 — 세 번의 수술, 1년의 재활

최가온의 커리어에는 찬란함만 있지 않다. 2024년 1월,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FIS 월드컵 결선을 불과 20분 앞두고 연습 중 허리가 부러졌다. 척추 골절이었다. 스위스에서 1차 수술을 받았고, 귀국 후 염증이 생겨 2차 수술을 다시 받았으며, 3차로 핀을 빼는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 과정을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시는 보드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의지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당시 최가온의 나이는 만 15세였다.

1년에 가까운 재활이 이어졌다. 몸이 아프면 멘털도 흔들리는 법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재활 기간 내내 다른 선수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지내왔는데 오히려 그게 안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 이후로 생각을 바꿨다. "파이프와 나 자신, 둘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최대한 안 보려고 해요." 그렇게 단련된 멘털이 3차 시기 출발대 위에서 빛을 발했다.

부상 이후 복귀한 2025년 1월, 최가온은 락스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따며 조심스럽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2025~26 시즌 개막전인 코퍼마운틴 월드컵에서 92.75점으로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 세 개의 월드컵을 연속 우승하며 올림픽에 세계랭킹 1위로 입성했다.

부상 기간 중 치료와 재활 비용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현지 수술비 포함 약 7,000만 원을 전액 지원했다. 신 회장은 2014년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장 취임 이후 2022년부터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협회에 총 30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최가온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응원해 주셨다"며 신 회장을 직접 언급했다.
클로이 김 — 우상이자 라이벌, 그리고 언니
최가온 (KOR)
2008년생 · 세화여고
첫 올림픽 데뷔전
1·2차 부상 후 3차 역전
90.25 🥇
클로이 김 (USA)
2000년생 · 평창·베이징 2관왕
3연패 도전 / 어깨 부상 출전
3차 시기 착지 실패
88.00 🥈

두 선수의 관계는 단순한 라이벌을 넘어선다. 최가온이 어릴 때 뉴질랜드 훈련 캠프에 혼자 참가했을 때, 클로이 김이 먼저 말을 걸어줬다. 매년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자고 했고, 다정하게 대해줬다. 이후 두 아버지가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가 됐다. 클로이 김의 아버지는 최가온을 미국으로 초청해 훈련을 직접 도와주기도 했다.

밀라노 올림픽 결선에서 최가온이 1차 시기 추락으로 쓰러졌을 때, 클로이 김은 파이프를 내려와 직접 다가가 위로하고 독려했다. 그리고 최가온의 금메달이 확정됐을 때, 클로이 김은 가장 먼저 다가가 축하해줬다. 시상대에서는 사진이 잘 나오도록 최가온의 얼굴 앞에 있던 넥워머를 직접 내려줬다. NBC는 이 장면을 "제자가 스승을 이긴 순간,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기뻐한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밀라노 올림픽 10대 명장면으로 선정했다.

가온이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그녀는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도 다시 일어났고, 기어코 우승까지 해냈죠. 정말 멋졌어요.

— 클로이 김, 경기 직후 인터뷰 (원문: "She took a heavy slam, got back up, and won the damn thing. That was badass.")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정확히 같은 나이에 같은 무대에서 금메달을 땄다. 클로이 김이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딴 나이는 만 17세 10개월. 최가온이 밀라노에서 우승한 나이는 만 17세 3개월. 최가온은 클로이 김의 종목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 기록도 7개월 앞당겼다. 2023년 X게임 최연소 우승 때도 당시 기록 보유자가 클로이 김이었다.

에피소드 3 · X게임 손목 골절 다음 날 결승

2025 X게임: 손목이 부러진 줄 알면서도 결승에 나간 이유

2025년 X게임에서 최가온은 손목 부상을 당했다. 당시 그는 "손목이 부러져도, 결승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픈 것도 덜 느껴지더라고요"라고 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인 2026년 2월 19일, 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왼쪽 손목 초음파 검진 사진을 올리며 조용히 "3 fractures(3군데 골절)"라고 적었다. 금메달 경기를 손목 3군데가 골절된 채로 뛰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24년 허리 3번 수술, 2026년 손목 3군데 골절, 그리고 결선에서의 다리 통증. 이 선수의 몸은 이미 한계치를 훨씬 넘고 있었다.

에피소드 4 · 마라탕과 두바이쫀득쿠키

올림픽 끝나고 제일 하고 싶은 것 — 친구들과 마라탕 먹기

대한민국 설상 역사를 바꾼 선수지만, 여전히 고등학교 3학년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Olympics.com 인터뷰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마라탕을 좋아하는데 훈련 기간에 못 먹고 있어요. 올림픽 끝나고 한국 가서 친구들이랑 먹고 싶어요. 아,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도요!"라고 답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할머니의 육전과 마라탕이 가장 먹고 싶다"고 했다. 세화여고 재학 중이며, 4남매 중 셋째로 오빠들과 자라며 승부욕이 생겼다고 스스로 밝혔다.

역사의 계보 — 한국 설상 78년, 첫 금메달
1948 한국 동계올림픽 첫 출전 — 생모리츠
설상 종목 첫 도전. 이후 78년간 설상 금메달 제로.
2018 이상호, 평창 스노보드 알파인 은메달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 하지만 금메달은 없었다.
2023 최가온, X게임 역대 최연소 우승 (만 14세 3개월)
한국 선수 최초 X게임 금메달. 클로이 김의 최연소 기록 경신.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4 허리 골절, 3번의 수술, 1년의 재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불참. 만 15세의 나이에 최대 위기. 하지만 포기 없이 복귀.
2025~26 FIS 월드컵 3연속 우승, 세계랭킹 1위
코퍼마운틴 92.75점, 2주 연속 우승, 3차전도 제패. 올림픽 직전 가장 뜨거운 선수가 됐다.
2026 밀라노 올림픽 금메달 — 한국 설상 78년 만의 첫 금
3차 시기 90.25점. 클로이 김 3연패 저지. 한국 팀 첫 금메달이자 설상 역사상 최초. NBC·디애슬레틱 선정 대회 10대 명장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 이 종목을 모른다면 읽어보세요

하프파이프는 반원통 모양의 슬로프(파이프)를 양쪽으로 왕복하며 공중에서 트릭을 수행하는 종목이다. 파이프 높이는 약 6.7m, 길이는 약 150m이다. 선수는 파이프 벽을 타고 올라 최대 4~5m까지 공중으로 떠오른 뒤 회전, 그랩(보드를 손으로 잡는 동작), 스위치(반대 방향 주행) 등의 기술을 결합해 점수를 받는다. 채점은 높이, 기술 난이도, 완성도, 다양성, 흐름의 일관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 1080은 공중에서 세 바퀴(1080도) 회전을 뜻하고, 900은 두 바퀴 반이다. 최가온의 결선 3차 시기 구성은 900과 720의 조합이었지만, 높이와 완성도에서 압도적이었기에 90.25점이 나왔다.

예선에서 1080을 시도한 선수는 단 두 명이었다. 클로이 김과 최가온.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최가온의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 직전 시즌에서 최가온의 월드컵 최고점은 94.50점이었고, 이는 동세대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였다.

금메달 이후 — 올림픽 손목 3골절에서 일상으로

올림픽을 마치고 2월 16일 귀국한 최가온은 인천공항에서 환영을 받았다. 시상대에서도 절뚝이며 올랐던 다리, 뒤늦게 공개된 손목 3군데 골절. 당분간 부상 회복이 최우선이다. 협회 포상금 3억 원과 오메가 올림픽 리미티드 에디션 시계(950만 원 상당)도 받게 됐다.

그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앞으로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2028년 LA 올림픽에서는 20세로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다. 클로이 김이 평창 금메달 이후 어떤 여정을 걸어왔는지를 롤모델로 삼아왔듯, 최가온도 이제 다음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 본인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스노보드를 잘 타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기술이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보드를 안정적으로 잘 타는 선수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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