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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새기다
세 번째 올림픽, 넘어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성적 273.92점 — 차준환이 남긴 기록과 감동.
한국 역대 최고 성적

2026년 2월 13일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도중 넘어졌다. 하지만 일어섰다. 그리고 마지막 점프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총점 273.92점,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고 성적. 그 숫자 뒤에는 12켤레의 부츠, 세 번의 올림픽, 그리고 절대 꺾이지 않는 의지가 있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넘어지는 실수가 나왔다. 쿼드러플 점프를 담은 고난도 구성이었고, 빙판은 차가웠다. 하지만 차준환은 곧바로 집중력을 되찾았다. 트리플 플립-오일러-살코 콤비네이션을 완수하고, 트리플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를 매끄럽게 연결했다. 그리고 곡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 의 마지막 점프를 완벽하게 뛰었다.
예술 점수(PCS)는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 중 1위였다. 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한 가지 사실이 차준환이 단순한 점프 머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오늘 실수가 나왔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이 아이스 위에 모든 걸 다 바쳐서, 팬들과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느껴요.
평창 2018, 베이징 2022, 밀라노 2026. 차준환은 세 번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 이번 시즌 초반은 누구도 예상 못한 악재가 찾아왔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부츠 문제로 12켤레 이상을 교체하며 3개월 내내 발에 맞는 부츠를 찾아 헤맸다. 그랑프리 무대에서는 부츠 문제로 프리스케이팅을 기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차준환은 2026년 1월 전국 종합선수권대회에서 10연패를 달성하며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었다. 쇼트프로그램 97.50점, 총점 277.84점. 시즌 최고점이었다.
차준환의 신장은 약 178cm.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이 키는 명백한 핸디캡이다. 공중 체공 시간이 짧고, 쿼드러플 점프를 뛰기 더 어렵다. 하지만 그는 이 조건을 스케일이 크고 시원한 점프로 역전시켰다. 만 14세에 쿼드러플 살코 세계 최연소 성공 기록을 세운 선수다.
스텝 시퀀스, 스핀, 트랜지션 등 비점프 요소를 레벨4로 도배하는 기술력, 그리고 음악을 몸으로 번역하는 표현력이 그의 진짜 무기다. 밀라노 프리스케이팅에서 PCS 1위를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밀라노 올림픽이 끝났다고 차준환의 2025/26시즌이 끝난 것이 아니다. 세계선수권 출전이 예정되어 있다. 올림픽 4위를 기점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힐 기회다.
후배 김현겸은 차준환을 "롤 모델이자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했다. 세 번의 올림픽을 거치며 쌓아온 것들이 이제 한국 피겨의 다음 세대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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